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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10주년
    카테고리 없음 2025. 3. 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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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로 가야할지도 잘 모르겠는데 방향을 정했다.
    그리고 한발 한발을 내딛지만 너무 불안하다.
    이 방향이 맞을까? 나는 끝까지 잘 걸어갈 수 있을 까?  편안한 나의 보금자리를 내 손으로 깨 부수는 그런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온갖 걱정과 두려움으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인터넷의 세상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보지만 내 손을 잡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춘기 아들을 데리고 이혼을 하는 40대가 나밖에 없지는 않을 텐데.  비슷한 결정을 하고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결말을 혹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조언을 듣고 싶었는데 혹은 일말의 희망을 엿보고 싶었는데 2015년의 인터넷 세상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적어도 한국어로는 그랬다.

    이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남편은 쇼윈도우 부부를 혹은 기러기 부부도 받아들이겠다며 계속 이혼을 재고해 달라고 매달렸지만 나는 더는 돌려받지 못할 사랑을 하며 가슴 아프고 싶지도 않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삶을 살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아빠의 외도를 알게 된 아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생에는 선택과 책임이 있는데 혼자의 삶에서는 자신의 선택에 혼자 책임을 지고 살면 되지만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고 나면 혼자의 선택에도 가족 모두가 함께 결과의 책임을 나눠지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결혼을 하고 난 뒤의 너의 삶은 너만의 삶이 아니니  모든 선택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엄마로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혼을 했다.

    이혼을 하며 머리를 삭발을 하러 미장원에 갔다. 강해지고 싶었다.  여자가 아닌 어머니로서의 삶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들을 키웠다.
    시간은 흐르고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도시로 대학을 진학하며 독립을 하고 나는 다시 머리가 긴 여자가 되었다.

    길게만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던 싱글맘의 시간, 그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떤 시간이 생각보다 짧고 핑크빛으로 끝나버렸다.

    이혼 10주년.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
    지난 10년 동안 나와 아들은 잘 살아왔고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며 독립을 했고 나는 찐한 연애도 하고 헤어져도 봤고 그 연애를 통해 전남편이 결혼생활 내내 했던 가스라이팅에서 해방될 수도 있었고 이제는 온전히 한 여자로 나 스스로와 내 삶을 너무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내 나이를 사랑하는 50대가 되었다.

    10년 전 이혼이라는 결정을 하며 너무도 두려움에 떨었던 그때의 나에게 돌아가서 말해 줄 수 있다면 그때의 나를 꼭 안아주면서 잘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다.  너는 너무도 잘 하고 있고 잘 해 낼꺼라고 니 아이도 잘 자랐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너 스스로를 믿고 너의 결정을 신뢰하며 그렇게 나아가서 너는 잘 살게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혹시 그때의 나처럼 먼저 그 길을 간 사람의 이야기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나의 이야기를 남겼다. 그리고 계속 쓸것이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 해 주기 위해서...

    무엇보다 생각보다 엄마로서의 시간은 짧다. 그러니 무엇보다 아이가 최우선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경제적 독립과 건강을 챙겨두고 아이를 잘 키우고 나면 당신은 더 멋진 50대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이를 다 키우고 연애를 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세대가 우리인것 같다.  

    나의 52번째 생일에 자축을 하며 맛있는 딸기 케이크에 선물받은 와인을 준비했다. 그리고는 이혼 10주년을 자축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는데 벌써 이혼 10주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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