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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며 (ft. 스트레스 안 받아?)
    캐나다 (Canada)/캐나다에선 뭐해먹지? 도시락포함 (what to eat) 2020. 10.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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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추석과 캐나다의 추수감사절이 한주 차이로 있었습니다.

    딱 그 사이에 있는 주에 친구가 지난번에 했던 홈리스 쉘터 식사준비( 한국식으로 하면 무료급식소) 자원봉사를 하자고 몇주전에 

    이야기를 해 왔었구요.

     

    캐나다에서 보내는 한국의 추석이라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만큼 많은 음식을 하지는 않았지만 간단하게 하고 넘기고 캐나다의

    추수감사절은 또 음식을 해야 할까 말까로 고민을 하면서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혼자 있는 추수감사절이라면 고민도 안하련만 아들과 함께 있는 추수감사절이다보니 아들에게 왠지 뭔가 추수감사절 다운 추수감사절을

    가정에서 보내는 것을 경험하게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을 하였는데요.

    바로 전주에 추석이라 송편에 잡채에 전에 한국식 추석음식을 챙겨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의 명절을 다 챙기게 되네요.

     

    지난번에 친구와 했던 음식 포스팅은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엄마가 친구는 잘 사귀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래서 였나봅니다.

    몇주전에 친구가 함께 홈리스저녁을 준비하자고 했을때만 해도 이런 계획은 아니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분들과 함께 좋은 일도 하며 즐거운 시간도 보내는 계획이었지요. 옛날에 매주 가서 홈�

    godsetmefree.tistory.com

    이번에는 이곳의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좀 더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친구의 아이디어로 메인요리는 유명한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나머지 가니쉬를 저희가 준비를 했습니다. 친구의 기부금으로 준비하는 저녁이니 예산 걱정없이 결정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무료급식소 저녁 도시락이 이랬네요~

    너무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메인 요리인 케밥과 샬롯이 들어간 요거트 그리고 구운 토마토는 유명한 이란음식점에서 주문을 하고 나머지를 친구와 준비를 하였는데요.

    그래도 100인분의 요리라 2일에 걸쳐서 준비를 하였습니다.

    굽는 야채 요리가 시간이 많이 걸리니요.

     

    신나게 자원봉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른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1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친구가 묻더군요.

     

    "스트레스 받지 않아?  대단하다... "

     

    문득 친구의 질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떠 올렸네요.

     

    종가집 종손의 맏며느리로 18년을 살았던 저.

    시댁이 불교 집안이라 집안에 제사가 있었는데요.

    그 제사를 제가 주체가 되어서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며느리로 명절이면 친정은 가볼 생각도 못하고 음식을 했었던 시절이 있었지요.

    아래로 한명있는 동서는 워킹맘이라고 한번도 음식준비에 참석을 한적이 없었는데요.

    전업주부인 제가 하는 음식준비는 당연하고 워킹맘이라고 음식준비에 참석을 하지 않는 그녀를 보며 왜 내가 전업주부를 택했을까

    후회한적도 많았던듯요.  거의 명절이나 시댁에서 혹은 다른 사람들이 저의 시간을 귀하게 생각하지 않고 저에게 일을 부탁할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었던 듯요.   내 시간이 더 귀하고 비싸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이런 저런 손님들과 몇일을 먹을 음식을 준비하며 그때는 시골에 내려가기 전부터 몇일을 참 스트레스 받아했었던 기억.

    당연히 손하나 까닥하지 않고 도와주지 않는 전남편을 보며 속상했던 기억보다는 연휴에 여유가 있는데도 워킹맘이라는 핑게로 도와주러

    일찍 내려오지 않는 동서가 더 얄미웠던 기억. 제사 음식 준비로 힘들었던 저를 불편한 시댁에 혼자 두고 나가서 동창생들 만남을 하고

    들어와서는 " 지금도 내 부인으로 단 하루만이라도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여자 동창들이 얼마나 많은지.  넌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나와 결혼 한줄 알아"  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던 전남편. 아들과 나를 위해 참고 살았던 그 결혼생활을 자기를 너무 사랑해서

    그 모든 불합리를 참고 사는 줄 착각하고 살던 전남편.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음식을 하던 때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1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면서 코비드로 사회적 거리두기때문에 많은 사람이 함께 준비하지 못해서

    친구와 저 둘만 준비하는 이 음식하는 시간이 스트레스가 아니었냐는 친구의 질문에 전혀 아니었어 라고 대답을 하는 저를 보며

    새삼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게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스트레스가 안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명절마다 음식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유는 음식을 하는 자체가 힘들었던게 아니라 그 관계가 힘든데 그런 일까지 해야하는게

    힘든거였네요.  

     

    이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살기를 바라게 되나봅니다.

    좋아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힘들지 않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하게 되니까요.

     

    이번 가니쉬중에 하나였던 비트. 올리브오일과 굵은 소금을 쳐서 한시간 이상 잘 구운 비트를 껍질을 까고 먹기좋게 썰어서 샴페인 식초에

    잘 버무려주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야채요리중 하나.

    농산물 직거래 매장에서 사온 신선한 당근을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리고 오븐에 구워서 발사믹 식초로 살짝 글레이즈드 시켜주었구요.

    맛있게 배달되어온 케밥 .

    너무 맛있게 구워져서 온 토마토들

    샬럿이 들어간 요거트. 딱 중동식 요거트인데요 비트위에 올려주었네요.

    그렇게 해서 준비가 되었던 맛있는 저녁 도시락.

    다들 맛있게 드셔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15년전 처음 이 교회의 홈리스 무료급식소에 자원봉사를 시작했을때 배웠던 것이 

    "우리는 홈리스분들을 우리 식당에 오신 손님처럼 모셔야 합니다." 였었는데요.

    기부 되는 재료도 좋은 것만 받고 정말 식당에 오신 손님처럼 서빙을 하면서 한국과는 다른 문화에 참 많은 걸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홈리스 분들 한분 한분도 주님이 정말 사랑하는 분들인데.

    이곳에서 한끼의 식사지만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가는 순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한끼의 식사로 자신의 가치를 깨닳고 또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내시길...

    그렇게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힘을 내시길 기도해 보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맛있는 거 드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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