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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양아 그녀와 함께 간 경찰서
    이런 저런 이야기 2023. 1.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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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울었다.

    한국에 와서 하고 싶었던 것도 먹고 싶었던 것도 없다는 그녀.
    "그럼 너 왜 왔어?” 라는 나의 질문에
    “그냥 오고 싶었어. 와서 느껴보고 싶었어. 한국을...”

    지독한 그리움이 도졌던게지...

    이미 10년도 더 전에 다 해 봤었고 친부모는 못 찾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그녀였다.
    그런데 또 그 이야기를 꺼낸다.
    유전자를 등록해서 실종가족을 찾는 서비스가 있다고 들었다고...

    결과가 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남은 미련을 잘라내기 위해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아원에 전화를 해서 필요한 서류를 받고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어디에 버려졌던 아이가 아니라 산모가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바로 입양을
    보내달라고 직접 신청을 해서 태어난 다음날 병원에서 우리 원으로 들어왔었어요.
    친모가 그 아이를 찾으려면 우리 원으로 연락을 하면 바로 찾는 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연락을 한적도 없고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기지 않았으니 경찰서에 간다고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왜 거기를 갔데요?”

    자기를 일하게 한것이 귀찮았었는지 무심코 내 뱉은 말들에 내 마음이 아려왔다.

    “끝까지 다 해 봐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나봐요.... “

    “이런 내용 다 적힌 서류를 지난번에 오셨을 때 드렸는데 .. 한국어로 된 서류였지만요...
    자기 서류인데 번역해서 안 읽어봤데요? “

    “아무튼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말하며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경찰서로 오는 길에 이미 눈물이 터진 그녀였다.
    말없이 주르르...

    입을 벌리고 유전자를 채취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이야기로 이미 사정을 다 파악하신 경찰분은
    아무말 없이 묵묵히 할일을 다 해 주셨고 그 분의 침묵이 감사했다.

    “이제 다 끝났고 유전자 매칭 돌려서 혹시 찾는 분이 있으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한달정도 혹은 더 걸릴 수도 있어요.”

    라는 안내말을 듣고 그곳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내 눈물이 흐르는 그녀.

    자기가 친모에 의해서 낳자마자 병원에서 입양을 보내라는 말을 들었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단다. 10년 전 그 서류는 그냥 출생신고서인줄 알고 번역해서 읽지는 않았었다고.

    그냥 안아주었다.
    그리고 토닥여주었다.

    아무리 좋은 양부모님께서 다른 한국에서 온 입양아와 함께 사랑으로 키워주셨다고 해도
    아이의 성격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상처가 다르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많이 봐서 안다.

    심한 애정결핍으로 힘들었던 나의 옛날을 봐도 안다.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특히 부모로 부터의 애정결핍은 사람으로는 채울수가 없는데...
    오직 주님만이 채워주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채워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친부모를 찾으면 자신의 텅빈 가슴 한 조각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몇십년째 불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시도해 보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이번이 정말 마지막 시도라서 이번에도 못 찾으면 정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힘드나보다...

    어떻게 낳은 자식을 포기할 수 있냐고... 묻는 그녀에게
    그런 사람이 지금도 많다고 이야기 해 줄 수 없었다.
    낳고 키우다가도 이혼했다고 안 보고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멀쩡히 엄마나 아빠와 함께 했던 기억이 있어서 더욱 그리워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해 준다고 도움이 될 것도 같지 않았다.

    살다보면 인생이 거지같다.
    그냥 그렇다.
    나만 그런것도 아니고...
    그냥 살아야 한다.

    20살 전의 인생이 불행한 것은 내 탓이 아니지만
    20살 이후의 인생이 불행한 것은 온전히 내 탓이다.
    이젠 내 인생에 선택권이나 결정권이 나에게 있는 나이이니.

    그녀가 포기를 선택하고 행복을 선택하고 주어졌던 삶의 행운에 감사하며
    행복하기를...

    이런 저런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아이들이 너무 아파하지 말고
    그런 부모에 연연해 하지말고 그 그리움에 지지말고
    꿋꿋히 잘 이겨내서 잘 자라기를 기도하는 새벽이다.

    주님이 다 만나주시고 어루만져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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