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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쿠버야 미안해..

하늘은혜 2016. 10. 1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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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간만에 오랜 이웃 언니를 만나서 긴 회포를 풀었습니다.

14년전 1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아무도 모르는 동네로 이사를 온 저를 따뜻하게 품어주었던 이웃에 살았던 한국인 언니...
그 뒤로 서로의 삶에 바쁘게 살다가 제가 작년에 다시 돌아왔을때 언니는 아이들을 대학에 다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요.  여름에 아이들을 보러 들른 언니를 어제 만나서 회포를 풀었습니다.

몇년전에 제가 한국에 있다가 간만에 캐나다 오면 언니는 늘 아이들 다 졸업시키고 언니는 한국가서 살고 싶은데
너는 뭐 캐나다가 좋다고 그러니?  하던 언니였는데...
언니의 한국생활 1년 후 언니는 다시 들어오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딱 1년을 살았는데 언니는 벤쿠버가 더 편하시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오신 분들이 벤쿠버 캐네디언들이 친절하지 않다고 많이들 컴플레인 하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언니의 의견이 궁금했거든요.
그랬더니 언니가 그러시더군요..  
"그래..  올해 들어와 보았더니 여기 너무 변한거 같어...
옛날엔 하루종일 운전을 해도 클락션 소리 한번 듣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그냥 쉽게 빵빵거리고...
사람들이 안 친절해 진거 같어...
근데 그게 다 우리같은 이방인들 때문에 옛날에 그 친절했던 캐네디언들을 바꿔놓은거 같아서 미안해진다..."

제가 처음에 이민을 와서 만났던 캐나다는 아이를 데리고 있는 제게  한국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배려와 친절을 베풀어 주는 곳이었고...
사람이 별로 없는 도로에서 타이어가 펑크가 났을때 그냥 지나가던 차가 서서 아무런 대가 없이 선뜻 타이어를 갈아주시고는
연락처도 안 주시고 가는 길을 가 버리셨고..
한국에서 운전을 하지 않았던 제가 처음 캐나다에서 차를 사고 운전 연수를 시작하면서 아주 천천히 다녀도 클락션 한번 안 주던
곳이었고 차선을 변경하려고 깜박이를 넣으면 제가 차선을 변경할때까지 옆 차선 차가 서서 기다려줄 정도 였는데요...
그래서 아직도 서울에서는 운전을 못하는 제가 미국,캐나다 대륙횡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운전에 자신을 준 곳인데...

지난 몇년 사이에 너무 변한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이들의 옛날 모습을 알고 있다보니 이들의 변화가 어디서 부터 시작된것일까를 생각하다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고 미안해 지던데요...
이제는 친절하지 못한 곳이라고 욕까지 먹게 되니.. 더 미안해지네요....
이곳이 이렇게 된 것이 이방인들 때문 인것을...


벤쿠버에 사는 사람들이나 젊은이들은 이방인들때문에 뜻하지 않은 상실감과 좌절을 맛보게 되었는데요..

한해에 집값이 40%가 뛰었다는 어느 신문기사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 처럼 이곳의 부동산 시장이 미쳤었는데요..

중국에서 작년 한해에 1조달러의 돈이 중국을 떠나서 런던,시드니,벤쿠버로 흘렀다는데 그 규모로 부동산시장을 공략했으니..

그냥 집 안 사고 렌트 살면서 평화롭게 살던 벤쿠버 사람들은 느닷없이 앞으로는 집을 산다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일이 되어버렸고,  집값의 상승과 함께 렌트비 상승으로 이어져 정든 동네를 떠나야 했으며 집을 사서 잘 살고 있던 사람들도 느닷없이

오른 공시지가에 따른 세금의 상승으로 힘든 삶을 살게 되었고...


하지만 그 만큼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도시라서 그런거겠죠...


이런 도시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네요...


나부터 좀 더 친절하게 인사하고 해야할듯요...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