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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 예뻐야 하는 걸까?
    이런 저런 이야기 2017. 10.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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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 글의 제목은 예쁘게 살아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왜 예쁘게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최근의 깨닳음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막상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쓰려고 하다보니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꼭 예뻐야 하는 걸까?


    일단 여기까지 생각이 흘러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


    2년전 이혼을 하고 철저히 혼자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강한 여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남자한테 기대고 의지하며 남자에 의해 제 인생이 좌지우지 되게 하지는

    않겠다는 나름의 강한 의지를 가지고,

    그게 또 그런 생각이 들면 행동으로 보이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 성격이라

    머리를 삭발하러 갔습니다.


    머리를 삭발하러 간 미용실에서 원장이 삭발은 다시 기르기가 너무 어려우니 그냥 짧게

    짤라줄테니 이거부터 해 봐라 하며 짧게 짤라주셨고...


    강해지고 싶었던 마음과 정말 나라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마음에

    평소에 흰머리가 많아서 20대 때부터 하던 염색도 그만두고 정말 자연인인 나로

    살고 싶어서 염색한 머리를 다 잘라내고 염색을 안하고 싶었기도 했었는데요.


    2년이 지난 지금은 염색을 안하니 나이가 많은 줄 아시고 나이 많은 분들이 제게 높임말을

    하셔서 그냥 다시 염색을 하고 짧은 머리는 미장원을 자주 가 줘야 하는데 

    미장원비가 아까워서 그냥 머리 묶으고 살겠다고 기르고 있는데요.

    이렇게 염색을 하고 긴 머리가 되어서 8개월만에 만난 친한 동네언니가 

    며칠전에 추석인사를 드릴겸 만났는데 제 모습을 보시고는 울음을 먼저 터트리시더군요.


    "그래,  너무 예뻐졌다. 다시는 머리 자르지 말고, 염색도 하고, 화장하고,

     이렇게 예쁘게만 살아...  2년전에 너 모습보면서 언니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었는데...

     얘가 이렇게 힘들구나.. 싶어서...  "


    그때의 나나 지금이 나나 그냥 그날 그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려고 하는 나일 뿐인데...


    아니구나...  그때의 나는 정말 많이 아프고 힘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구나...

    그리고 지금의 나도 많이 아프고 힘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아니 보여지는 모습이 달라졌구나...


    문득 그때 내 안의 상처가 너무 커서 내가 그렇게 하고 다니면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아플꺼라는 생각은 못하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다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의 나를 지켜봐야 했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해 졌는데요.


    며칠전 오빠의 페이스북에서 그때 아빠와 오빠와 했던 여행의 사진을 보면서도

    또 문득 그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의 내가 참 안 예뻤구나...


    앞으로는 계속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살아야겠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 마음이 아프지 않게 계속 예쁘게 하고 살아야겠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 캐네디언 친구들로 생각이 넘어갔는데요.


    아무도 그때의 제게 안 예쁘다고 한 친구가 없었어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느라 힘들다고 한 친구도 없었고,

    그들의 반응은 마냥 너의 변화가 너무 예쁘다면서 뭘 해도 예쁘다고...

    그냥 격려만 해 주었는데요.


    제가 아픔을 이겨나가는 과정의 그 시간들 속에서도 그 아픔을 많이 이겨내고 새로운 아픔에

    힘들어하는 요즘에도 그냥 뭘 하든 옆에서 지켜보며 격려만 하고 위로만 하는 사람들..

    물론 혹자는 그런 캐네디언 친구들이 더 정이없고 신경을 안쓰는 거라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들에게는 예쁜 모습의 나를 보이던지 아주 망가진 모습의 나를 보이든지

    어떤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미안한 마음이 들지는 않으니..

    어찌보면 더 편하게 나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민낯으로 만나기에는 더 편한 친구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파 죽겠는데 주위에서 아파하는 나를 보며 가슴아파 할꺼라는 생각에 미안해서 나도 아파 죽겠는데 그들의 마음까지 배려해서 안 그런척 해야 하는 사회가 한국 사회가 아닌가...

    그래서 속으로 아파서 곪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회가 아닌가...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소리도 칠 수 있고,

    내 모습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망가뜨려 볼 수도 있고,

    이런 모습이든 저런 모습이든 그냥 너는 어떤 모습을 해도 다 예뻐~

    라고 진심으로 말하며 그 방황까지도 격려하고 사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캐나다 사회

    (물론 더 깊게 보면 그 만큼 신경을 안쓰고 있는 거다라고 말 할 사람도 있을 지 모르나

     적어도 내가 경험한 캐나다 사회는 혹은 내 친구들은 신경을 안 쓰고 있는게 아니라

     그냥 어떤 모습의 나든지 받아들이고 예뻐해주는 진심이다.. 한국사람들의 정과 다를 뿐...)


    강경화 외무부장관이 처음 언론의 조명을 받을때,

    그녀의 머리스타일도 함께 큰 주목을 받았다.

    결국엔 그 머리스타일이 멋진 여자, 바빠게 자기 일 하는 여자로 받아들여지기까지

    묵묵히 자기 스타일을 고집한 그 뚝심이 부럽기도 했는데,

    나에게 그런 뚝심을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 내가 그분만큼 많은 일을 한다거나 바쁜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한달조금 넘게 머무르며 한국사회는 예뻐야 하는 사회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보게 되었었는데요..

    다들 너무 예쁘기도 하지만 조금만 꾸미고 나갔을 때와 그냥 막 나갔을 때

    심지어 동네 장터에서 대하시는 게 달라지는 곳이 한국입니다.


    조금 꾸미고 어디 가는 길에 들른 시장에서는 아저씨들의 멘트가 장난이 아닌데요.

    꾸미고 나갈 만 하다는 생각이 들게 해 주시기도 합니다.ㅎㅎ


    반대로 안 꾸미고 나갈때는 그냥 그러니...


    어찌보면 내가 꾸미나 안꾸미나 똑같이 예쁘다고 해주는 캐나다가 편한 이유가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꾸며서 예쁘다는 소리를 듣다 보면 안 꾸몄을때 받는 대우에 서운해지는...

    그래서 남들 시선을 생각해서 꾸며야 하는...


    그냥 남들이 예쁘다고 하는대로 살면되지 무슨 생각이 이리 많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여자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인것 같은데요.

    그래서 우리나라 성형외과나 미용업쪽이 그렇게 발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전남편에게 늘 너의 민낯은 너무 못생겼으니 제발 화장 좀

    하고 다니라는 말을 들었던 저로서는

    이혼 후 저의 민낯이 너무 예쁘다는 말을 들으며 자존감이 다시 높아졌던 사람으로

    내가 뭔가를 해서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중받고 사랑받는 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사람의 자존감을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하고 높이고도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다 보니...


    내가 예쁘게 꾸미고 나가든 그냥 민낯으로 나가든 나를 나로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캐나다가 내가 살기에는 더 편한 사회인것 같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가서도 살텐데...

    그때 한국에서 민낯으로 다녀도 아무렇지 않게 나의 자존감을 이곳에서 더 많이

    높여놓고 가야할 것 같네요. ㅎㅎ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자존감이 달라지는 것을 보니 저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던 나는 나일텐데...


    남들이 보는 시선으로서의 나가 아닌 늘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보시기에 예쁜 사람으로

    사는 나이길 오늘 아침에도 기도해 봅니다.


    오늘 하루 더 행복하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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